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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Finland

Jyväskylä 에서의 주말

나는 오울루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지금은 에스뽀라는 남쪽의 헬싱키 옆 도시서 교생실습을 하고있다. 나중에 포스트를 작성할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엄청 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도 너무 나랑 안 맞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들과 떨어져서 혼자 지내면서 스트레스도 감당하려니 너무 힘든 것이다. 그래서 주말마다 재밌는 일들을 하고 있다. 매주 7시간 걸려서 오울루에 가다가 이번에는 유바스큘라에 갔다.

내 친구들 중에 보드게임 마니아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오울루 페이스북 보드게임 그룹에서 친구들을 만들었다. 그들 중에 유바스큘라에 별장같은 집을 가진 친구가 있어서 다같이 주말동안 보드게임 여행을 떠났다. 여행 전부터 무슨 보드게임을 가져갈지 아주 열정적으로 토의를 했다. 나는 잘 몰라서 다 좋다고 했다. 거의 우리 엄마아빠 나이인 친구여서 그 친구의 두 아들과 그 가족의 친구, 보드게임 그룹 친구 세 명과 나랑 내 친구들 두 명, 이렇게 10명이나 함께 했다. 나는 에스뽀에서 출발해서 일찍 도착해 주인 친구와 11살짜리 아들, 가족 친구와 함께 미리 장을 보고 저녁으로 먹을 고구마 스프를 만들면서 나머지를 기다렸다. 나머지 일행들은 차를 타고 늦은 저녁에 도착했다. 물론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 늦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별장은 아니고 지어진지 거의 100년인지 200년인지는 된 집인데 현재는 오울루에 살아서 별장처럼 쓰고 있다고 한다. 시티 센터랑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속에 있고 다른 집들과도 너무 붙어있지 않아서 완전히 별장 느낌이 난다. 거의 무너져가는 별채가 하나 있고 사진에 보면 본채 뒤로 보이는 노란 건물이 사우나이다. 할머니 이전 세대까지는 동네 사람들이 이 집 사우나에 찾아와 출산을 하거나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우나가 청결하고 성스러운 곳이라 여겨져 이런 역할을 했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실제로 그만큼 오래된 사우나는 보니 신기했다. 제일 왼쪽에 보이는 작은 헛은 나룻배가 있는 곳이다. 보이는 물은 엄청 큰 호수인데 보다시피 그늘에는 아직 얼음이 다 녹지 않았다.

첫 날은 그렇게 간단히 저녁부터 해결했다. 나랑 필립은 비건이라 음식 계획을 할 때 우리 음식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나 본인들도 이번 주말 동안만이라도 비건으로 먹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다며 먼저 제안해주고 반대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 식재료를 살 때에도 비건은 뭐 먹고 사냐는 질문 없이 이미 대체 재료들, 레시피까지 다 알고있어서 정말 수월했다. 대부분의 핀란드 사람들이 왜 비건을 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걸 보면 다시금 정말 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사우나에 갔다. 사우나 가서 뜨겁게 지지다 숨이 차면 차가운 호수에 담그고, 그러고 나면 한참 동안 춥지 않고 밖에 있을 수 있다. 바깥 온도도 한 영상 8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뜨거운 사우나에 갔다가 얼음도 안 녹은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물에 들어간 잠깐은 너무 춥지만 나오면 정말 하나도 춥지 않은 것이다.
사우나 시간을 가진 뒤에는 보드게임 여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기 전 게임을 몇 가지 했다. 이웃 아이까지 총 11명이서 hive mind라는 게임을 했다. 많은 인원이 함께 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져 다들 자러 갔다. 나는 3명의 친구들하고 같은 방을 썼고 내가 제일 좋은 침대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좋은 침대는 배팅 게임에서 이긴 얀이 차지했고 필립이랑 유호는 매트리스에 당첨되었다. 귀신들린 집이랑 가위눌리는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너무나 화창하고 맑았다. 이날은 오후에 비가 온다고 그랬는데 오전 중에는 아직 먹구름은 아니고 하얗고 뽀송뽀송한 구름이 있었다. 인원이 많다보니 두개의 다른 테이블에서 동시에 다른 게임을 했다. 나는 5명이서 판타지 배경의 배팅 게임을 했다. 이름은 까먹음. 나는 처음 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잘하지도 않았다.

이 집 강아지 아이노가 참관했다

다음으로는 QE라는 게임을 했다. 엄청 바보같은데 웃긴 게임이다. 비밀 경매? 같이 부동산, 땅 등을 사는데 돈을 무한정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제일 많이 산, 포인트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이기는 거다. 그래서 당연히 돈을 많이 써서 많이 사면 점수가 높다. 다만 참가자 중에 돈을 제일 많이 쓴 사람은 자동 꼴찌가 된다. 그래서 숫자를 적을 때 눈치를 엄청 보고 갈 수록 숫자가 몇 조 대로 가는게 진짜 웃기다.
그 다음은 skull이란 게임이다. 이것도 눈치 게임인데 약간 제로게임 같은데 다르다. 진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오후에는 비도 온다는데 화창한 날씨를 안에서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나랑 얀은 배를 타러 밖으로 나갔다. 무려 호수에서 노젓는 배를 탄다는데 우리 말고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일단 호수 한가운데까지 가는데는 성공을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과 반대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물론 나는 응원만 했지만. 나도 노 젓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호수 한가운데서 자리를 바꾸다간 물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어디 세우려니 그건 너무 어려워서 얀이 계속 노를 저어야 했다ㅋㅋ 나는 우쿠렐레를 가지고 왔는데 너무 춥고 외워둔 노래도 없어서 몇번 뚱땅거리다가 접었다. 앞으로 나아기지 않아도 그냥 물에 좀 떠다니는 것도 재미있었을텐데 얀은 멀미를 잘해서 결국 아주 잠깐만에 다시 돌아가고 말았다.

배 위에서

하지만 이대로 들어가긴 아쉬워서 바로 앞에 섬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섬 자체는 젤 처음 사진 보면 오른쪽에 보이는 땅으로 집이랑 엄청 가까운데 배로 갈 것 아니면 1키로 정도 돌아가 있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원래 배로 가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산책겸 걸어갔다. 정말 별 거 없었고 바위가 많았다. 그냥 거기서 한참동안 노래를 부르다가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배로 데리러 오라고 그랬다ㅋㅋ 집에 딱 들어오니까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섬에 핀 보라색 꽃. 드디어 핀란드에도 봄이


돌아와서는 arnak이라는 자원 게임을 했다. 이것도 처음 해본 게임이었고 역시 이기진 못했지만 엄청 재미있었다. 이 다음에는 canvas라는 엄청 귀여운 게임을 했다. 그림이 그려진 투명한 카드 세 개를 겹쳐 그림을 만드는 게임이다. 예쁜 그림도 예쁜 그림이지만 밑에 있는 요소들을 요구하는 대로 맞추면 점수를 따는 식으로 머리도 써야한다.

Canvas 게임 중 필립이 만든 너무 귀여운 그림

저녁 시간이 되자 다른 사람들은 피자를 시켜먹었는데 나는 배가 안 고파서 그냥 바나나 두 개만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또 사우나 타임이 있었다. 사우나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나는 보통 사우나에 그렇게 오래 앉아있지는 못하는데 이날은 무슨 일인지 한참을 앉아있어도 숨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 몸을 데우고 밖으로 나갔다. 핀란드인들보다 더 용감한 나랑 친구들은 물에는 못 들어가겠다는 핀란드인들을 입수시키는데 성공했다. 거봐 나쁘지 않지. 물에 잠깐 들어갔다 나와서는 데크에 앉아서 한참을 있었다. 거의 한 10분은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약간 어지러운게 몽롱하면서도 새소리 물소리가 너무너무 좋다. 이 날은 낮 동안에 비가 왔다가 개서 호수 위로 안개가 한 겹 뿌옇게 꼈는데 그게 너무너무 평화롭고 예뻤다. 나는 평소에 머릿속에 잡생각이 너무 많아 그것 때문에 지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혼자 앉아서 새가 지져귀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머릿 속에 새소리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전날은 물에 1초밖에 못 담그고 뛰쳐나왔는데 이번에는 훨씬 오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이나 물에 들어갔다. 샤워는 그냥 호숫물을 사우나 난로에 데워다 하는데 바가지에 떠다가 씻는게 불편해서 어차피 호숫물로 씻을 거 차갑지만 용기내서 호수에 들어가서 씻었다ㅋㅋ 너무 차가웠는데 다시 사우나에 쏙 들어가서 몸을 말리니까 하나도 안 추웠다.
성별불문 나이불문 종이 한 장 안 걸치고 사우나도 갔다가 호수도 갔다가 그러는데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 몸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얼굴이 다 다르듯 체형도 다 다를 뿐이다. 나도 남들의 몸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나처럼 남들도 나를 판단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가서 이미 다른 사람들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구경하다가 얀이 아까 했던 QE를 하자 그래서 꼬맹이들하고 넷이서 했다. 이번에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게임이 웃기긴 한데 너무 멍청해서 가끔만 재밌을 것 같다. 근데 얀이 자꾸 스폰지밥처럼 웃어서 진짜 웃겼다.
마지막 밤, 내가 에스뽀 에어비앤비 호스트 패밀리 4살짜리 애 때문에 죽겠다고 하니까 주제가 육아가 돼서 유호의 4살짜리 아들 이야기를 내내 하다가 잠들었다.

다음날은 마지막 날로 12시에 벌써 다들 떠나기로 했다. 이 보드게임에 미친 사람들은 아침부터 또 보드게임을 한 두 판 했다. 나랑 얀은 늦게 일어나서 밍기적거리다가 날이 좋길래 잠깐 바깥 바람을 쐬고 들어왔다. 11살부터 20대, 30대, 4-50대 까지 큰 가족처럼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드게임이 너무너무 많아서 다 하지도 못했다. 너무 짧았다고 아쉬워하며 다음에는 더 따뜻할 때 길게 오자고 하면서 다들 오울루로 떠났다. 나는 에스뽀 가는 기차가 오후 4시라 시티 센터에 내려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서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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