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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Intercultural Teacher Education

핀란드 교대 학사를 졸업하며 (내 학사 논문 소개)

나는 지난 12월에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학사 논문을 제출하고 원래 예정보다 반년 늦은 1월 달에 졸업했다. 자료조사할 때는 간간이 재밌기도 했으나 너무 쓰기 싫어서 거의 1년을 질질 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반년 만에 우당탕탕 끝냈다. 학사 논문은 표지, 출처 다 합쳐서 20-30 페이지 밖에 안 되는데 워낙 광범위하고 내 전공과 관련된 주제다 보니 아무리 써도 너무 부족한 느낌이었고 완성본도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도 논문 인용도 엄청 많이 하고 최대한 모든 내용을 최근 출판물들에 기반해서 쓰려고 노력했다. 아직 교육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그런 실력은 아니지만 나름 내가 발견한 시사점들도 들어있다. 주제는 한국과 핀란드 교육의 다문화적 양상이다. 원래 한국과 핀란드의 다문화 교육 대조를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내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국가에서 사용하는 다문화 교육의 개념 자체가 너무 달라서 쌤의 다문화적 양상을 주제로 하는 게 낫겠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보면 한국 다문화 교육 정책에서는 이민자 학생이나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 교육 이야기가 90%지만 핀란드에서 이것은 다문화 교육과는 완전히 별개로, 모든 학생들의 다문화적 역량을 기르는 것을 다문화 교육이라고 부른다. 
 사실 교육 제도나 관행, 학생들의 경험 같이 실용적인 내용보다는 교육학 이론이나 교육 철학에 대해 읽고 쓰는 게 더 내 관심사랑 맞지만 아무래도 이런 내용으로 페이지를 다 채우는 것도, 문헌조사 외의 연구를 진행하거나 감히 내 의견을 내는 것도 눈앞이 너무 깜깜해서 어떻게 보면 쉽게 가려고 이 주제를 선택한 것도 있다. 왜냐하면 3년 동안 다문화 교육에 대해 공부해서 쓸 수 있는 사전 정보가 많고 한국이란 문맥을 다루면 한국어로 된 논문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ㅋㅋ 물론 핀란드와 한국은 흥미로운 대조이기도 하고 (이유는 논문 참고!) 핀란드의 다문화 교육에 대해서 더 파고 들음으로써 어디 가서 핀란드에서 공부한 다문화 교사 교육 전공자로서 뭔 얘기를 할 때 좀 더 근거와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것도 있다. 또, 나같은 경우에는 이런 주제를 주로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교육이 (이미 중요하지만) 점점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지금 어떤 모양을 하고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기 때문에 이 주제는 이모저모로 나에게 적절했다.
다음은 내 학사 논문의 개요를 번역한 것이다 (조금 추가하기도 함). 그 밑에는 내 논문을 열람할 수 있는 링크다. 질문이나 코멘트는 완전 환영이고 이 주제에 대해 함께 더 이야기하고 싶으셔도 마찬가지다!
 
산업의 국제화, 국가 간 이동의 용이함, 난민 및 망명 신청자의 입국 등 그 이유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세계화는 모든 곳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 안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는 문화 간 감수성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고 안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Kim et al., 2021). 다문화 교육은 이민자를 비롯한 민족적 소수자의 사회 통합을 위해 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종종 있지만, 사실 이는 오히려 사회정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인 형태의 교육이다(Nieto, 2000). 이번 연구의 중심인 한국과 핀란드 간에는 세계적으로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 외에도 식민지배의 역사, 20세기 경제성장, 무상공립 기초교육제도, 이민자가 아닌 기존 소수민족이 있다는 점(사미족, 로마인, 조선족, 새터민 등), 최근에서 증가하기 시작한 이민자 유입 등 다양한 유사점이 있어 흥미로운 대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논문에서는 양국의 다문화교육에 대한 인식과 이행, 차별적 관행, 개선점 등을 파악하고자 한다. 논문은 Banks(2012) 및 Torres(1998) 등 다양한 학자들을 참조해 다양성, 다문화주의, 다문화 교육 등과 같은 이 연구의 핵심 개념들을 정리하고, 사회의 권력 계층에 도전하는 비판적 관점을 비롯한 다양한 관련 이론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으로, 핀란드 교육을 검토해 핀란드가 커리큘럼에 다문화 요소를 구현함으로써 학생들의 다문화 인식을 개발하고 평등과 포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학교에서 이민자 배경의 학생들은 그러한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하고 핀란드 교사들은 학교에서 이민자 학생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은 더 문제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등을 소개한다 (Juva & Holm, 2016). 이에 비해 한국은 다문화 교육을 주로 다문화 배경 학생(SMB)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3년 다문화 교육 지원 계획에 의하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은 학교의 권고사항에 불과하고 주로 언어 교육 지원에 관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학교에서 SMB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배경을 밝히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고 교사들도 이를 굳이 들추기를 주저하며 색맹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문화 교육의 시행 방식과 SMB의 학교 생활 경험 등에 있어서 이러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 비판적 다문화 교육의 실제 실천에 있어서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단계에 있는 듯 보인다. 학생들이 출신 배경으로 인해 겪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하며, 두 국가에서 모두 교사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경험과 교육이 부족해 난처해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 교육을 비롯해 다문화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발전이 필요해 보인다.
https://oulurepo.oulu.fi/handle/10024/47365/

Multicultural aspects in education in Finland and South Korea

Tiivistelmä The reasons are slightly different for each country, such as the internationalization of industry, easier movement between countries, or refugee and asylum seeker admission, but the world is becoming increasingly globalized. Naturally, the coe

oulurepo.oulu.fi

 
Discussion에서 이 주제에 관한 향후 추가 연구 부분에 통 구체적인 것들은 생각이 안 나서 뭉뚱그려 일반적인 내용만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것 저것 생각나기도 한다. 지금 쓰면서 한 가지 생각난 건데, 한국에서는 한 명 이상의 비 한국인 부모를 둔 자녀들을 다문화 학생이라고 부르는데 핀란드에서는 부모 또는 본인이 이민자인 학생들을 이민자 (배경) 학생이라고 부를 뿐 다문화 학생이라는 개념은 잘 쓰지 않는다. 적어도 한 명의 부모가 핀란드인이고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같은 경우 한국에서처럼 다문화 학생이라고 분류되지 않는 다는 것인데, 차이는 언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의 많은 다문화 아이들의 엄마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이민자인 경우가 많고 주로 이들이 주 양육자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도 한국어 교육의 대상자로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핀란드에도 핀란드어를 못하는 부모가 있지만 핀란드어로 학교를 다니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따로 언급이 없는 걸 보면 이들의 언어 문제는 두드려지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인데, 왜 그런 것일까? 유아교육의 차이일까? 그렇다면 한국에도 유아교육의 기회가 있는데? 한국에선 많은 다문화 가정이 경제적 취약 계층에 속해 있다 보니 유아교육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에 관한 추가 연구가 가능해 보인다. 쳇 쌤이 좀 더 구체적인 향후 연구 내용을 써보면 좋겠다 했는데 이게 논문 쓰면서 생각났어야 했는데.
 
돌아가면 석사 논문을 써야 하는데 친구랑 같이 쓰기로 했다. 전에 올렸던 오울루 국제학교 교생실습 같이 했던 친구다. 핀란드에는 소말리아 계 이민자 출신이 많은데, 내 친구도 그 중 하나로 이 주제를 다뤄보고 싶다고 했고, 마침 나는 핀란드 다문화 교육과 다문화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 학사 논문을 써서 이 쪽으로 이미 조사를 많이 해둔 상태라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학사 논문을 반 년 미룬 대신 그 동안 석사 수업을 다 들어놔서 두 달짜리 마지막 교생실습이랑 석사 논문을 시작하기 전에 한 학기가 비어 지금은 벨기에 겐트 대학교로 교환학생에 와있다. 북극에 살면 쉽게 할 수 없는 근거리 유럽 여행도 맘껏 하고 졸업하고 핀란드가 아니라 다른 데서 사는 건 어떨지 견문을 좀 넓혀 보고자 교환학생을 결심한 것이다. 벨기에 친구 포함 다른 나라 교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핀란드 교육이 그래도 제일 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여기선 교육 수업은 하나도 안 듣고 내가 평소에 관심있지만 오울루에선 딴 거 하느라 바쁘고 영어로 안 해줘서 못 들었던 다양한 주제의 수업들 위주로 듣고있다. 그런데 내용이 인권, 이민, 문화간 심리학(Cross-culturual psychology) 등이라 내 전공과도 큰 관련이 있고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학, 법, 심리학 같은 다른 관점에서 이런 문제들을 접근하는 것도 익숙하면서도 신선해서 좋다. 무엇보다 학점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완전히 재미로만 공부한다는 사실이 좋다. 교육에서 기술의 역할, 가치 충돌, 대안 교육, 환경 교육, 교육 심리, 교육 철학 등 관심있는 주제가 너무너무 많아서 만약 나중에 박사까지 하게 된다면 어떤 주제를 선택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때그때 가장 적당히 만만하거나 기회가 되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내가 관심있는 다른 주제들을 선택 수업으로 듣거나 내 개인적인 시간에 책으로 읽고 가끔가다 블로그에 내 생각을 정리해서 올리는 데에 만족하고 있다.  
 
아무튼! 학교 지원하고 그런게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석사 졸업까지 1년 남짓밖에 안 남았다. 뭘 배우긴 했나 싶고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만 처음 입학해서 매 수업마다 벅차게 따라가던 때를 생각하면 나 정말 학문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게 맞다. 특히 편견과 극단적인 생각에서 많이 자유로워지고 더 그렇게 되기 위해 공부하는 자세를 갖게 된 게 마음에 든다.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교육 외의 관심 분야도 넓어진 것 같아 좋다. 아직 더 넓은 사회에서의 인간 관계는 너무나도 힘들지만 무언갈 도전하는 데에 열려 있으니 이 또한 더 나아질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큰 꿈을 가지고 살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궁극적인 포부가 없어져 3년 차에는 많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때그때 해보고 싶은 일들을 차근차근 해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나 학사 졸업하느라 너무 수고했고 아직까지 즐겁게 공부하기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