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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Teaching Practice

오울루 국제학교 (OIS) 실습 1일차

2021년 8월 30일 월요일

오늘은 첫날부터 숲으로 소풍을 갔다. 5학년 두 반 합쳐서 40명 정도 학생과 두 분의 담임선생님하고 버스를 타고 갔다. 정식으로 우리를 소개할 시간도 없이 첫날부터 소풍을 가서 아이들이 우리가 누구고 왜 여기에 같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도착한 곳에는 자연학교 같은 곳에서 나온 선생님 두 분이 더 계셨다. 초등학교 과학 수업 (environmental studies)의 일환으로 왕복 3킬로 정도 숲을 걷는 활동이었다. 늪지, 숲 등 다양한 종류의 자연 속을 걸으면서 핀란드 숲의 식물들을 찾아보고 구별하는 활동을 했다. 4가지 종류의 베리를 직접 따서 먹어보고 사진 속의 식물들을 직접 찾아보고 버섯도 따서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보았다. 한 학생도 빠짐없이 다들 봉지를 가져와 베리를 따다 담고 다 마신 주스 팩에 버섯을 옮겨 심고 스마트폰으로 버섯, 식물, 벌레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마침 저번 학기에 우리도 environmental studies 수업이 있었다. 우리도 핀란드 자연환경과 동식물에 대해서 배우고 수업 계획도 세워보고 했는데 이렇게 바로 실전에서 이 수업을 경험 해 보니까 신기하고 좋았다. 반환점에서는 점심시간을 가졌다. 애들은 학교에서 나눠준 샌드위치랑 주스 같은 걸 먹고 소시지도 구워 먹었다. 우리는 아예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 몇 명은 와서 자기가 딴 미끌미끌한 버섯좀 만져보라고 말도 걸었다. 어떤 애는 자기도 과자 좀 달라고 그랬다. 고작 3키로 걷고 오는데 장장 4시간이나 걸렸다ㅋㅋ 그래도 9:00-13:15 정해둔 시간 안에 딱 맞춰 갔다 오는게 신기했다. 우리 네 명은 아직 애들하고 인사도 하기 전이고 선생님들한테 방해만 될까 봐 그냥 뒤에서 따라다니면서 베리나 따먹고 놀다 온 것 같다ㅎㅎ 추워지나 싶더니 이번 주에 다시 해가 나고 따뜻해서 너무 좋았다.

5학년이면 거의 중학생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몇몇 아이들은 5학년보다 어려 보였다. 다들 천진난만하게 궁금한 것도 많고 잘 신나고 가사를 지어서 동요도 부르고 선생님도 많이 찾는다. 베리를 고작 한 줌 정도 따놓고 버스 정류장에서 이거 팔아서 부자가 될 거라고 한다. 어떤 애는 작정하고 베리 따기 전용 갈퀴 달린 상자도 가져왔다. 핀란드에서는 누구나 이 시즌에 숲에 가서 베리나 버섯을 따는 게 흔한데 직접 딴 것들을 벼룩시장 같은 곳에다가 파는 사람들도 많다. 가끔 베리를 따느라 정신이 팔려 잠깐 뒤처지거나 선생님 설명에 집중을 못 할 때가 있어도 다들 선생님 말을 잘 듣고 그룹을 이탈하는 아이들도 없었다. 선생님 되고 싶다는 환상만 있다가 막상 실전에 들어가서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현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직 제대로 뭘 해 본 건 아니지만 아직도 애들이 좋다! 내 컨디션이 안 좋아도 이 에너지 넘치는 애들을 매일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지만 선생님이 되는 것은 재밌을 것 같다!

우리 팀 리서치 주제가 언어다. 학교에서 언어 사용이 어떻게 되는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학생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배우는지 등. 여기는 국제학교라 애들이 영어를 쓰는데 다들 핀란드어를 어느 정도는 할 줄 안다. 자기들끼리는 핀란드어로 얘기하는 애들도 있다. 자연학교 선생님 한 분은 영어를 잘 못 해서 핀란드어로 설명 한 번하고 다른 선생님이 영어로 한 번 더 설명하고 그랬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이긴 해도 아무도 영어를 강요하거나 이외의 언어를 사용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이 학교에서 거의 20년차인 우리 반 선생님은 영국 사람이며 내가 더 익숙한 스타일의 선생님이었고 다른 반 선생님은 2년 차고 우리 과 선배로 아이들과 완전 친구 같은 스타일이었다. 뭔가 이 선생님을 보니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풍 후에는 담임 선생님과 짧게 미팅이 있었는데 이미 경험이 많이 있어서인지 되게 쿨하셨다. 그냥 우리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라고. 알고 보니 1년 선배인 내 룸메도 이 선생님 반이었다는데 괜찮았다고 한다!

첫날이라 긴장을 좀 해서 지치긴 했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편한 분위기에 즐겁게 마친 것 같다! 내일 정식으로 인사하고 약 2주간 수업 참관을 하게 된다. 혼자가 아니라 친구랑 같은 조라 다행이다. 학교는 시티 센터에 있는데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해 볼 것이다. 힘들긴 하겠지만 실습하는 동안 매일 한 시간씩 타면 체력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새콤쌉쌀한 베리 맛이나는 클로버 모양 식물 kettuleipä (여우 빵)을 따먹고 있는 내 친구들. 5학년 아니고 대학생ㅋㅋ
bog bilberry (블루베리 종류인데 가지가 갈색이고 블루베리보다는 맛이 별로다), 이름 까먹음 (그냥 그런 맛), lingonberry (달기보다는 시다), bilberry (블루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