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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Teaching Practice

오울루 국제학교 (OIS) 실습 8일차

2021년 9월 8일

오늘은 우리가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5B 반의 안나랑 띤띠가 두 반 같이 하자고 해놓고서 자기네 반 애들은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안 될 거라고 강력히 주장해서 결국 따로 하게 됐다. 나는 같이 해도 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따로 해도 잘 된 것 같다. 우리가 수업할 과목은 사회로, 자연으로부터 돈을 버는 법과 핀란드 green gold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 다 자연에서 돈을 버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한 환경 문제를 짚고 넘어갔으면 해서 두 가지 입장을 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낸 아이디어로 진행을 하게 됐는데, 저번 학기에 내 친구들이 들었던 환경 수업에서 한 역할극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기업 측과 환경 보호 측의 역할을 각각 맡아 양쪽의 주장을 다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도 만 11세, 5학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비슷한 활동을 하기로 했다.

1. 사회 (Civics) - 우리가 직접 진행한 수업. 학생 수 19 명
우선 간단하게 숲으로부터 얻는 것에 대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원래 동영상을 보여주기로 했는데 시간상 그냥 말로 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읊어주는 것 대신 우리는 질문만 하고 아이들이 대답함으로써 직접 배우도록 했다
* 우리가 숲에서 어떤 것을 얻을까요? - 공기, 베리, 경험 등
* 그렇다면 큰 회사들은 숲으로부터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 종이, 베리, 원목, 땅 등 (점점 산으로 가서 사미아가 열심히 정답으로 유도해서 얻어냄)
* 하지만 우리가 무분별하게 이런 일을 계속 한다면 환경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갑자기 자동차와 고기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말하기 시작ㅋㅋ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팀을 제비뽑기로 정한다. 뽑은 쪽지에는 팀 이름으로 핀란드 숲의 버섯과 베리 이름이 써있다 (1월에 참여한 교육 컨퍼런스 burning question에서 사용한 방법인데 마침 핀란드 숲의 동식물에 대해 배우고 있는 5학년 주제와 맞아서). 4 개의 같은 팀 쪽지 중에 하나는 그림 대신 그 팀의 주제와 활동 설명이 적혀있다.
* 클라우드베리 - 한 회사가 숲에서 관광으로 돈을 벌기로 한다. 매번 100명의 관광객이 숲을 찾게 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 보고, 어떤 갈등이 발생할지,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 라즈베리 - 한 회사가 숲에 스키장을 짓고자 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 보고, 어떤 갈등이 발생할지,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 해 보세요.
* 링곤베리 - 한 회사가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이용해 가구를 잔뜩 만들기로 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 보고, 어떤 갈등이 발생할지,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 해 보세요.
* 블루베리 - 한 회사가 숲에서 블루베리를 대량 수확해서 판매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 보고, 어떤 갈등이 발생할지,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 해 보세요.
* 슬리퍼리 잭 - 한 회사가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이용해 종이 대량 생산을 하기로 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 보고, 어떤 갈등이 발생할지,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 해 보세요.

양쪽의 의견, 해결책을 생각하고 역할극까지 하려니 아이들이 좀 헤매서 회사가 하고자 하는 것의 장단점, 더 나은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하고 역할극을 포함한 자유로운 방법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살짝 바꿨다
주제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 번 설명 하고 그룹별로 돌아다니면서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그룹 이름이라고 적어둔 링곤베리가 활동하고 관련 있는 줄 안 아이들도 있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일본인 친구는 따로 가서 번역기로 설명 해줬더니 바로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같은 팀 아이들에게 OO 이에게 설명을 좀 부탁한다고 했더니 둘 다 번역기를 붙잡고 소통하기 위해 열심이다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한적도 없는데 칠판에 발표할 때 쓴다고 그림도 그린다! 한 팀이 그림을 그리자 다른 팀도 따라 그린다

* 클라우드베리 - 장점: 사람들이 자연을 경험할 수 있어요. 단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타고 오는 자동차로 환경을 파괴해요. 해결책: 100명보다 적게 오라고 해요
* 라즈베리 - (칠판에 그림을 그려놓고 요란하게 자기들만 재밌는 역할극 하는 중ㅋㅋ) 결론은 스키장 사이즈를 이따만하게 만드는 대신 요만하게, 대신 있을 건 다 있게 만들면 된다는 내용. 맛이 없지만 비건 소세지도 팔자고 한 것 같다
* 링곤베리 - (수준이 남다른 내용이 가득하다. 깜짝 놀람. 세 번째 그림 참고)
* 블루베리 - 해결책: 블루베리를 트럭 대신 손으로 따면 돼요. 블루베리 회사가 땅을 사고 입장료를 받고 일반 사람들에게 블루베리를 딸 기회를 제공 (이건 일본인 친구가 낸 의견인데 개인적으로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블루베리를 손으로 따면 된다는 같은 팀 아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 슬리퍼리 잭 - (유일하게 그닥 신나 보이지 않았다. 자기네들이 낸 의견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은 모양인데 나는 아주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장점과 단점 뭐라고 했는지 까먹었지만 잘 말함) 해결책: 종이를 나무 대신 다른 재료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이 한 교시나 두 교시 다 사용해도 된다고 했는데 한 시간만 쓰고 발표가 살짝 길어져 다음 교시인 수학 시간 앞 15분을 사용했다.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너무 멋진 아이디어를 내주어 고맙고 정부와 기업에 있는 어른들이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수업을 마쳤다
수업 시작할 때 비디오를 보여주겠다 해놓고 시간상 못 보게 되자 실망하는 애들도 있다.. 걱정마 그 비디오 재미없어..

내가 전날 직접 그리고 쓴 팀 정하기 제비뽑기
블루베리 그룹의 블루베리 회사가 숲을 짓밟는 트럭 대신 손으로 수확하면 된다는 그림
링곤베리 그룹: 뭔가 남다른 지식의 소유자가 두 명이나 있는 그룹
클라우드베리 그룹: 너네 아까 쓴 거 사진 찍어도 돼? 네! 내가 가지고있어요! 아니야 내가 가지고있거든! 여기요!

// 느낀 점 //
Tourism, benefit 같은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단어의 뜻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애들이 하는 말의 요지를 못 알아듣겠음ㅋㅋ 그러나 아이들도 우리 질문의 요지를 몰라서 엉뚱한 대답을 할 때도 있다
물론 아직 모르는 단어도 많고 어려운 것도 많지만 생각이 엄청 자유롭고 환경문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축산업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르는 어른들도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의 말이 산으로 가는걸 어떻게 하면 상처 주지 않고 끊을 수 있을까?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용기 내어 크게 말한 걸 텐데
일본인 아이는 항상 혼자 있는데 애들한테 OO이 좀 도와달라고 하면 엄청 열심히 도와준다. 아마 말이 안 통하니까 낯설고 불편해서 서로 먼저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수업할 때 나는 긴장을 많이 해서 말 빨리할 때도 있고 어쩔 줄 모를 때도 있었는데 사미아는 진짜 선생님 같았다. 아이들 앞에서 눈높이에 맞는 설명도 엄청 잘하고 집중시키기도 잘했다.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단어를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의 영어 단어를 다 커서 거의 한 번에 배운 나랑 달리 사미아는 영어가 모국어라 아이들 영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수업을 계획하는 데는 자신이 있다! 수업 준비는 내가 거의 다 했고 사미아는 수업을 아주 매끄럽게 진행해 줬으니 엄청 좋은 팀이었던 것 같다!
참여를 꺼려하는 아이 없이 다들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재밌었다. 내년에 자기네들 선생님 해주면 안 되냐고 그러고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너무 좋아해 줘서 진짜 기쁘다ㅠㅠ 실제로 해보니까 긴장도 됐지만 더 자신감도 생겼고 아이들과 같은 팀 사미아한테 많이 배운 것 같다!

2. 수학
핀란드에선 곱하기를 x 대신 점을 사용해서 헷갈림
평소에 잘 못 따라가는 친구가 손을 들고 정답을 맞히자 다 같이 기뻐하고 칭찬해준다
4x8을 어떻게 구했는지 설명해 줄래?
경우의 수를 설명
- 지우개 두 개와 각각 다른 색의 색연필을 사용해서 <지우개 1과 핑크>, <지우개 2와 초록>, <지우개 1과 파랑> 등 옵션들이 있다는 것을 설명
- <주스-쿠키>, <주스-도넛>을 예시로 들자 배고프니까 딴 걸로 바꾸라고 ㅋㅋ

점심시간 전 쉬는 시간. 원래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선생님도 안에 계시고 절반 정도 아이들은 여전히 안에 있다. 피아노도 치고 내가 만든 그룹 제비뽑기 쪽지를 종류별로 모아놓고 카페 놀이도 하고 논다 🥺❤️ 애들한테 그림 잘 그린다고 칭찬도 받았다ㅋㅋ

3. 영어
숲에 관련된 발표자료 만들기를 마무리한다 (아직도..?)
친구들한테 발표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아이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집에서 아랍어를 쓴다고 했지?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아랍어로도 써보는 게 어때?
선생님이 아이들 사이에 같이 앉아서 함께 작업을 한다
한 아이 옆에서 말동무도 되어주고 이거 이거 해보는 거 어때?
나는 이 친구가 살짝 산만해서 도와주려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쌤이 그러길 아이 모르게 관찰한 거라고. 개인 면담도 있지만 이렇게 면담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아이들 개개인을 알아가기도 하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