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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Teaching Practice

오울루 국제학교 (OIS) 실습 10일차 (막)

2021년 9월 10일

오늘은 내 첫 교생실습인 오울루 국제학교에서의 실습 마지막 날이다. 너무너무 슬펐다ㅜㅜ 사미아와 나는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반 친구들 간식을 준비해 갔다. 나는 비건 글루텐프리 초코칩 쿠키, 사미아는 브라우니. 사미아는 자기소개할 때부터 브라우니 굽기가 취미라고 말해뒀던 터라 애들이 기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4시간만 채우면 돼서 오늘은 아예 안 오거나 짧게 있다 가도 됐는데 마지막 날이라 8시부터 3시까지 꽉 채워 듣고 왔다. 하루 종일 꼬꼬마들의 하이파이브와 허그가 가득한 날이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내내 밖에서 아이들하고 같이 놀았다

1. 과학
'베리는 살아있는 것일까?'
가설을 세운다 -> 베리를 따서 며칠 두면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각기 다른 숲마다 다른 자연환경과 동식물을 고려해서 다양한 종류의 숲을 그린다. 늪지, 키가 큰 나무가 많은 숲, 덤불숲 등
교탁에 걷어서 선생님이 확인

2. 영어
-ancy로 끝나는 단어들을 배운다 expectancy, vacancy 등
선생님이 불러주는 문장을 받아쓰기 연습. 이후 다 함께 확인하며 색연필을 사용해 스스로 틀린 부분을 고치기
갑자기 수업을 멈추더니 애들이 우리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한다!!
그제부터 우리한테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물어보더니 노래를 불러줄 건가보다. 몇 명이 트래비스 스캇의 노래를 부른다. 다들 가사를 잘 몰라서 흐지부지 되었다ㅋㅋ 그러더니 별안간 다 같이 아기 상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열창했다ㅋㅋㅋㅋㅋ 유치하다고 난리 치면서도 열심히 부른다ㅋㅋ 귀여워ㅜㅜㅜㅜㅜ
다들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나더니 차분해져서 모두 얌전히 수업을 들었다. 세상에
30cm 자를 책상에 놓고 과거 (왼쪽 끝) - 현재 (가운데) - 미래 (오른쪽 끝)라고 정한다. 선생님이 불러준 문장이 어느 시제인지 손가락으로 짚어보기
-ence로 끝나는 단어들을 배운다 -ance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이제 이 단어들을 알파펫 순서대로 나열해보기

영어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밖으로 나가려는 애들을 붙잡고 선물이 있다고 그랬다. 알면서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ㅋㅋ 그래도 브라우니랑 쿠키라니까 헐 쏜살같이 하나씩 가져갔다. 받자마자 바로 먹어치우거나 급식실에서 몰래 우유에 찍어먹는다고 맛만 보거나 아껴먹는다고 거의 가루만 먹는 애들도 있다ㅋㅋ 지퍼백에 우리 이름이랑 스티커도 붙여서 나눠줬더니 봉투를 평생 간직하겠다면서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애들도 있었다ㅜㅜ

여기에 사미아 브라우니까지 담아서 나눠줬다. 내가 구웠지만 정말정말 맛있었다

되게 까칠한 친구와도 마지막 날에 와서 친해져서 쿠키 레시피도 알려주고 다 같이 뛰어놀면서 재밌는 쉬는 시간을 보냈다

3. 체육
한 아이는 어릴 때부터 취미로 승마를 하는데 그러다 발가락을 다쳐와서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 앉아있길래 쎄쎄쎄 우정 테스트랑 다리 찢기 게임을 가르쳐줬다ㅋㅋ 엄청 좋아하면서 자기도 게임을 하나 가르쳐주더니 다리 찢기 게임을 또 하자고 한다. 내가 자꾸 가위바위보를 이겨버려서 머쓱했다. 그래도 마지막판은 그 친구가 이겼다
이 친구는 다음 쉬는 시간에 공책 쪼가리랑 고대 아랍어 모양자를 가지고 뭔가를 열심히 하더니 내 이름을 고대 아랍어로 썼다면서 선물로 줬다ㅋㅋㅋㅜㅜㅜ 쿠키 봉지를 쥐고 있더니 내 이름 스펠링을 확인한 모양이다ㅋㅋ

모양자를 이용해서 쓴 Kyuyoung ㅎㅎ


4. 미술
음악시간처럼 5A 반과 5B 반 학생이 절반씩 수업을 듣는다. 다른 5A 반 학생 절반은 수학 수업을 듣고 있다
선생님이 점심시간을 더 길게 만들기 위해 30분 쉬는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하고 수업을 앞당겼다. 선생님 재량으로 시간표를 바꿀 수 있어서 애들이 시간을 착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늦은 아이들이 있는데 이번은 시간이 바뀌고 처음이니 wilma에 (학부모,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앱) 체크하지 않겠다고 한다

미술 교실

저번 시간에는 핀란드 베리 그리기 중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술도 다른 과목과 연결되어있구나 -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런 방식의 수업은 핀란드 학교보다 IB 스타일의 현상기반 학습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색칠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 친구가 나보고 저번에 베리 그림 잘 그렸다고 자기를 도와줘야 한단다ㅋㅋ
선생님 말투도 그렇고 잔잔한 마인크래프트 음악을 틀어놓아서 요가교실 같은 분위기다
교실 뒤편에서 붓, 삼원색 물감, 물, 정사각형, 직사각형, 원 등 다양한 형태의 도화지를 가져온다. 학교에 필요한 도구가 다 있기 때문에 학생은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는다
숲은 어떤 색조를 가지고 있지? 다들 색을 섞어서 초록색을 만든다
도화지를 꽉 채워 색을 칠하고 노트에 어떤 색조를 사용했는지 기록한다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수줍지만 기꺼이 허락해주는 아이들

수업 후 - 다들 멋진 그림을 그렸더구나. 하지만 내 말을 간과했지? 젖은 종이를 저기가 아니라 여기로 옮겨야겠지? (어딘가 살벌한 미술 선생님)
매 수업마다 수업 후에 두 명씩 돌아가면서 뒷정리 및 교실 체크를 하고 나온다
우리랑 제일 친한 친구는 노트에서 전에 낙서했던걸 발견하고는 선물로 줬다ㅋㅋ 사미아가 자긴 됐다 그랬고 그래도 주는데 귀여워서 내가 가졌다ㅋㅋ

우리한테 버린건 아니지? ㅋㅋ


5. Craft
technical work - 오늘은 저번 주에 완성한 다리에 추를 달아보는 날이다. 컨테스트에 나올 법한 노래를 틀어놓고 선생님도 사회자인척 한다. 4 팀이 순서를 정하고 아이들의 감독 하에 선생님이 하나에 0.5kg인 쇳덩이를 10초에 하나씩 올린다. 3개째에서 무너진 팀부터 11개까지 올린 팀도 있다. 선생님이 학교 최고 기록인 16개를 깰 경우 버거킹을 약속해서 아쉬워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이 결과가 성적에 반영되냐고 겁을 먹었다. 선생님이 그렇지 않다고 했다. 크래프트 과목의 평가에 대해 여쭤봤는데 핀란드 국가 교육 과정(FNCC)을 따른다고 한다
두 시간짜리 수업이라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soft craft 반으로 이동했다. 사실 soft craft에서는 뜨개질만 해서 technical work가 더 재밌는데 그쪽 수업에도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ㅋㅋ
soft craft - 저번에 계시던 선생님 대신 substitute 선생님이 오신 모양이다. 원래 선생님보다 훨씬 프리하다. 절반은 복도에 나와 앉아서 노래를 들으면서 하고 있다. 결국 선생님이 한 명씩 봐주다가 정신없어져서 교실로 되돌아갔다ㅋㅋ
우리는 수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담임 선생님과 미팅을 하러 나가야 했다

담임 선생님과의 세 번째 미팅
같은 과목이라도 반 전체가 함께 수업을 하기도 작은 규모로 수업을 하기도 하는데 작은 그룹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다
20명의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데 한 번에 조용해지길 바라는 건 바보 같은 일. 아이들을 지도할 때 내 몸도 사려야 한다
반 배정을 하는 법: Finnish as mother tongue 학생과 Finnish as second language 학생이 잘 섞이게. 입학시험, 감정적 사회적 언어적 서포트의 필요성 유무 고려해 이와 같은 특수 도움이 한 반에 몰리지 않도록. 그리고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도록 반 배정을 한다고
지난번 책을 읽는 영어 수업 때 한 친구가 지난 챕터에서 단서를 찾아내 질문을 한 것이 정말 맘에 들었다고 한다
우리랑 가장 친한 그 활발한 친구는 담임 선생님의 최애 학생이라고 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모르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바로 물어보는 것도 교사로서 너무 좋다고 한다. 저번에 PPT 만들 때 옆에 앉아서 관찰하면서 함께 활동을 했는데 정말 즐거웠다고 한다
아이들이 점수 이야기를 하는 걸 몇 번 들어서 아이들이 성적 스트레스를 받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고. 선생님은 그 점이 참 안타깝다고 한다. 4점 이하는 fail, 8점 이상은 잘한 것이라고 한다. 과목 수도 얼마나 많은데 11살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이 기대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5A 반 아이들은 대부분 8점 이상 받는 것 같다고 한다. 선다형이나 단답식으로만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드라인 등은 학생들과 조정한다. 수학 같은 경우 문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한 문제씩 주고 끝내지 못하면 늦게 내도 된다. 다른 과목의 경우 대화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 학교는 핀란드 교육을 따르면서도 IB 국제학교이기 때문에 핀란드 교육의 평가나 운영에 있어서 제대로 경험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 그렇다고 내가 핀란드어를 배울 거란 소리는 아니다. 그냥 교대 수업에서 열심히 배울 것이다ㅋ

우리의 미팅도 수업도 끝나고 몇 명 아이들이 우리를 바로 앞 Ainola 공원으로 데려갔다. 자기네들이 페스티벌을 해주겠다던 아이들이다. 공원에 그래피티로 가득한 안 쓰는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길 어떻게 들어가서는 미지 탐험을 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아이들 중 한 명의 몇 년 전 공책이 버려진 건물 안에서 발견된 것이다. 아이들은 더 신이나 버렸다. 이 공원은 밝고 사람이 항상 많은 곳이라 위험한 것은 아닌데 혹시 들어가면 안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내가 그 어린이 중 하나였다면 무조건 앞장서서 갔을 텐데 혹시 누가 와서 뭐라 그러면 어른인 나랑 사미아한테 책임이 있으니까 괜히 무서웠다. 그래서 대충 이 건물 무서워서 저기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둘러대니까 우르르 놀이터로 몰려갔다ㅋㅋ 놀이터에 올라와서 같이 술래잡기를 하자는데 아주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키 큰 사람 둘이 올라가 있으면 그 친구들한테 방해될까 봐 우리는 땅에서 괴물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2주 내내 아주 수줍어했던 아이와 5B 반 친구들까지 엄청 신나게 뛰어다녔다. 마지막에는 극구 마다했는데도 그네를 태워줬다. 그물로 되어 있어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그네인데 꽉 잡으라고 연신 경고를 하더니 180도로 쌩쌩 날았다ㅋㅋ 애들이 재밌어해서 너무 기뻤다. 나 나름 초등학교 때 놀이터 골목대장이었다고. 나랑 사미아도 가봐야 하고 아이들도 집에 가야 해서 더 놀자는 걸 안녕 하고 보냈다. 대신 쿠키가 많이 남아서 오늘은 이미 단 걸 많이 먹었으니까 배탈 나지 않도록 오늘은 먹지 않기로 약속하고 하나씩 나눠줬다.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다들 내가 준 지퍼백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담아 갔다.

2주 동안 너희 반으로 나갈 수 있어서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진짜 즐거웠고 첫 교생 실습 너무 행복하게 마칠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 정말 많이 보고 배웠고 꿈에 대한 확신이 다시 한 번 생겼던 경험이었다!